지난 13일(화)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신사클럽 세미나실(옛 유심세미나실)에서 이정원 수필가의 수필집 『꽃값』을 주제로 김종회 문학평론가의 대담으로 김자인 수필가와 양유승 수필가가 패널로 참석하여 수필가, 소설가, 시인 등 문인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효 시인의 사회로 진행했다. 

윤효 시인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효 시인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종회 문학평론가 “이정원 수필가는 한국에서 꽃 이름을 제일 많이 알 것입니다. 꽃에 얽힌 이야기도 가장 많이 아는 분입니다. 꽃에 40년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요, 이정원 선생은 꽃을 통해서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보고 우주를 보고 더 나아가서 천국을 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대상의 이름은 ‘꽃값’입니다. 지금까지 꽃, 꽃, 꽃 하다가 왜 꽃값이라고 두 음절로 이름을 바꿨을까요? 꽃, 그리고 꽃값이라고 하는 이 말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요? 이 말의 주인에게 묻겠습니다” 

김종회 문학평론가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종회 문학평론가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원 작가 “저를 이 자리에 추천해 주신 최원현 이사장님과 기획해 주신 윤효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대학 동기 김종회 선생님, 대담을 제의했을 때, 두말없이, 승낙하지 않았으면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평론가들이 작가를 얼마나 많이 살려주시고 빛나게 해주시는가를 실감했습니다. 감사해야 할 분이 성 베네딕토회 왜관수도원에서 50주년을 지내신 김치삼 알렉산델 수사님께서 사진작가신데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오셨어요. 경희대 국문과 대선배님이신 김의배 선생님도 와주셨어요.

‘꽃값’이라는 두 음절로 하게 된 이유는 꽃을 쓰게 된 것, 경희대학에 입학하게 된 것은 고교생 문예현상공모전에 소설로 당선됐는데, 서정범 교수님께서 20대 수필가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계셨는데 제가 그 꿈에 잡혔습니다. 입학한 다음 날부터 서 교수님께서 공부했어요. 4년 동안 수필 교육을 받았어요. 4학년 졸업 전에 등단했어요. 수필에도 구성해야 하고, 숨겨져 있는 운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교수님께서 배웠습니다.

입학할 때 제 나름대로 작품 세계는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경희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작품을 안 썼는데, 교수님께서 제자를 잘못 키웠다는 말씀을 들었어요. 그때까지 쓴 작품을 보니 꽃이 들어있더라고요. 아, 이거였구나. 남편이 조경사였기에 원예에 관한 책들이 많아, 꽃들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의도적으로 작품에 꽃을 넣으려고 했지요. 꽃의 생태, 모양, 꽃에 관해 쓴 책을 여러 권 다 뒤져서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기에, 꽃을 결정적으로 하게 됐어요.

학부모가 제가 수필 쓰는 걸 알고 꽃에 담긴 전설, 꽃의 사연 책들을 모아 선물로 주셨는데 읽다 보니 꽃에 관한 사연들이 다 슬퍼요. 꽃에 담긴 사연들은 이승에서 맺지 못한 아픔들이 꽃으로 피어나는 걸로, 꽃 이름이 그렇듯이, 그걸 보면서 이 꽃의 전설들을 담으면 참 좋겠구나. 초기 작품엔 꽃의 전설, 꽃의 생태, 꽃의 이름, 이런 것들을 약간은 자기적으로 들어가 있어요. 그러다가 김종회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왜 꽃값이라는 말로 정착이 됐냐 하면 어느 날 계속 꽃만 쓰다 보니까 점점 작위성이 없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이정원 작가가 수필집 『꽃값』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정원 작가가 수필집 『꽃값』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꽃 얘기가 들어가고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풀어져 나가고 그걸 보다가 나중에 이 꽃값을 낼 무렵에 제가 딱 자리 잡았는데 꽃의 이름을 쓰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 꽃의 전설을 굳이 여기에 넣지 않아도 되겠구나. 그 꽃이 피어있는 값을 안다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구나. 그래서 꽃값이라는 게 제 가슴에 자리 잡았어요. 그 꽃값 이유 하나가 학교 나갈 때 항상 책상에 꽃을 꽂으니까, 옆의 남자 선생님이 이정원 선생님은 꽃값을 일 년에 얼마나 쓰세요? 하고 물으셨어요. 그때 꽃을 사기 위해 썼던 돈과 제가 여기서 느낀 가치가 하나가 되어서 꽃값이 된 거죠”

김종회 문학평론가 “말씀을 들으면서 굉장히 가슴 아픈 대목이 있었습니다. 서정범 선생님이 우리 이 선생을 두고 참 많이 욕심을 내셨어요. 한국 최고의 수필가로 키우려고, 충분히 그만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셨고,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거기에 복속되어서는 아류밖에 안 되니까, 이를테면 자기 길을 가야 하는 거죠. 이건 예술가의 숙명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제 말하자면 그런 과정을 거쳐왔다고 했고,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지금 이 꽃값이라는 책을 두고 무얼 잘 주워다 붙였다고 하는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생각이나 사유의 지경이 확장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정리해 보면 꽃이라는 것이 하나의 대상이었다가, 소재였다가 꽃값이 되면서 이것이 주제나 가치 부여의 차원으로 확장 되어졌다고 느껴집니다. 이정원에게 있어서 과연 꽃은 무엇일까. 왜 꽃 수필을 그렇게 썼을까. 그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김자인 선생이 해 주시겠어요?”

김자인 패널(가운데)이 수필집 『꽃값』의 저자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
김자인 패널(가운데)이 수필집 『꽃값』의 저자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

김자인 패널 “둘째 아들이 경희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피에타의 꽃길』이란 수필집을 냈다고 해서 서점에서 사다 밤새 읽고 편지 형식으로 독후감을 써서 아이에게 선생님께 드리게 했더니 그날 밤에 전화하셨어요. 교직 생활 13년에 이런 학부형은 처음이라고. 그렇게 선생님과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어느 날 서정범 교수님이 학교에서 강의하신다고 해서 공부하고 저도 수필가가 되어 오늘날까지 선생님과 같이 문인 활동도 하고 30년 넘게 뵙고 있습니다.”

김종회 문학평론가 “이정원 선생이 30대 후반부터 꽃에 대한 수필을 주로 썼습니다. 양유승 선생님, 질문드립니다. 이정원의 꽃 수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유승 패널(가운데)이 수필집 『꽃값』에 관해서 질문하고 있다.
양유승 패널(가운데)이 수필집 『꽃값』에 관해서 질문하고 있다.

양유승 패널 “성 베네딕도 수도원이 있는 왜관수도원에 봉헌을 위한 단체에 약 18년 전이죠. 거기서 ‘수비아코 수필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거기에 가입해서 선생님을 만나게 됐고, 2022년 11월에 등단했습니다. 선생님이 꽃값이라는 주제로 책을 쓰셨는데 그 내용 속에는 삶의 세계에 흘러가는 속에서 배어 있는, 여러 가지 꽃과 연계한 느낌을 받게 됐어요. 그중에서도 연산호 꽃값이라는 작품은 바닷속 해저에 군락 자생하는 산호류를 연산호라고 하는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바닷속 꽃이라고 소개했는데, 선생님께서 어떻게 연산호라는 소재를 선택해서 글을 쓰게 되셨는지 궁금했어요.”

김의배 기자 saesaem@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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